저는 사실 지금까지 유럽이나 북미 같은 선진국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덜 개발된 나라, 조금은 투박하고 소박한 곳에 더 끌렸죠. 아주 오래전에 선진국인 일본과 싱가포르에 한 번 다녀온 적은 있지만, 그것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조카가 항공권에 당첨돼서 덕분에 따라간 거였죠. "아무튼, 북미나 유럽은 언젠가 훗날, 더 나이 들면 가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친구가 유럽에 가보고 싶다며 함께 가자고 해서, 큰 기대 없이 따라나선 여행이었어요. 그런데 그 여행이,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을 크게 움직였답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함께 돌아보는 패키지였는데, 막상 가보니 “이래서 다들 유럽 유럽 하는구나” 싶은 순간들이 계속 찾아왔어요.
이탈리아에선 도시마다 있는 성당들이 정말 멋졌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고딕 양식의 건물들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그 자체로 감동이더라고요. 고대 로마 제국의 원형 경기장이었던 웅장한 콜로세움은 말할 것도 없고, 로마 안에 있는 작은 나라, 바티칸 시국에 들어갔을 땐 신들의 세상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죠. 특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실제로 봤을 땐,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감동적이라 피곤했던 몸이 싹 풀리고 가슴은 꽉 차오르는 느낌이었죠. 아쉽게도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그 명화들을 가슴 속에만 담아 왔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여기저기에서 자주 보였던 뾰족한 나무들—이름이 사이프러스(Italian Cypress). 그 나무들이 풍경 속에 세련된 느낌을 더해줘서, 그냥 걷는 길마저도 마치 그림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다만, 현실적인 불편함도 있었어요. 화장실은 유료이고, 식당에 가도 물도 사서 마셔야 하고, 사람들 태도도 조금은 차가운 느낌이랄까. 여행 중에 괜히 한국 생각이 나면서 “우리나라 진짜 살기 좋구나”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스위스는 또 다른 감동이었어요. 전원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여기가 진짜 지구 맞아?” 싶었고,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서 본 풍경은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죠. 특히, 융프라우 전망대에 도착해서 본 알레취 빙하는 정말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웅장했어요.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이 빙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은빛 강 같기도 하고, 시간이 멈춘 듯한 세상 같기도 했죠. 이 장면을 보며 '이래서 다들 스위스를 꼭 가보라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다만, 스위스는 이탈리아보다도 물가가 비싸서… "이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월급이 얼마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예술과 자연, 그리고 유럽의 민낯까지 모두 경험한 이번 여행. 가이드 따라다니며 걷느라고 내 두 다리와 발이 고생이 많았지만, 돌아와서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면 마음이 다시 벅차오르는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미켈란젤로의 그림들과 스위스의 동화같은 초원풍경이라고 이야기하겠어요.
그래서 꼭 말하고 싶네요. 기회가 있으면 무조건 가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