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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베트남의 힐스테이션, 달랏에 다녀오다

by 유레카김 2025.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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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이런 데가 있을 줄, 솔직히 몰랐어요.

덥고 습한 날씨를 떠올리며 반팔만 잔뜩 챙겨간 저는,
나트랑의 이마가 벗어질 정도의 더위에 숨을 헐떡거리다가

달랏의 확 달라진 밤공기에 몸이 으슬으슬 놀랄 정도였죠. 

에어컨 없는 숙소가 더 많다고 하더니

고개가 여러 번 끄덕여지더라고요.
밤이 되니 긴팔이 간절해지고,
시원한 바람에 괜히 커피 한 잔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제야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달랏은 해발 1500미터 고원도시라니까요!” 

 

달랏의-옥수수-장수

 

🗼 프랑스 사람들도 여길 사랑했대요

 

달랏은 옛날에 프랑스 사람들이 휴양지로 개발했대요.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였던 시절,
뜨거운 사이공(지금의 호찌민)에서 더위를 못 이긴 사람들이
달랏까지 산을 타고 올라와
“여긴 유럽 같잖아?” 하며 눌러앉은 거죠.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달랏 시내에는
고딕 양식 성당, 붉은 기와지붕 건물,
에메랄드빛 쑤언흐엉 호수 등 프랑스 식민지의 흔적들이 곳곳에 보여요.
‘여기가 파리인지, 베트남인지’ 헷갈릴 정도로요.

 

달랏-기차역

 

☀️☕️ 커피가 왜 이리 맛있나 했더니

 

베트남은 세계 2위의 커피 생산국, 전체 생산량의 절반이

바로 이곳 달랏에서 생산된다고 하네요.

달랏에서 마신 커피, 진짜 맛있었어요.
향이 진하면서도 산뜻하고,
입 안에 부드럽게 감기는 느낌이랄까?

그 이유를 알고 나니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달랏은 고도가 높고,
기온은 서늘하고,
비도 적당히 오고,
화산토라 땅도 기름지고,
딱 커피나무가 좋아할 만한 조건을 다 갖췄대요. ☕

그래서 달랏 커피는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스페셜티 커피로 자랄 수 있었던 거고요.

 

달랏을 걷다 보면,
커피 농장도 보이고,
커피 관련 체험장도 있고,
심지어 기차역 근처에도 예쁜 카페가 붙어 있어요.
낮엔 햇살 아래서,

밤엔 선선한 공기 속에서,
달랏은 늘 커피 마시기에 딱 좋은 도시였어요.

 

 

두리안

 

🌙 달랏 야시장, 사실… 두리안 먹으러 간 거예요

 

달랏 야시장 구경?
물론 좋았죠.
근데… 저 사실, 두리안 먹으러 간 거예요.
그 정도로 두리안을 좋아하거든요? 😋

멀리서부터 익숙한 향이 풍겨올 때,
심장이 먼저 반응했어요.
"왔다… 내 사랑 두리안!" 💛

야시장 한쪽에 노란 과육이 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고,
속살이 부드럽고 달콤해 보이는데
진짜 참을 수 없더라고요.

1킬로그램당 6000원씩 지불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쪼갠 후 알맹이를 접시에 담아 주었죠.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아, 바로 이 맛이야…”
호박엿 같기도 하고, 바닐라크림 같기도 하고,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소함이 입안에 퍼지는데
그 순간, 달랏이 더 좋아졌어요.

일행 중에는 두리안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표정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죠.

😮 “어, 이거 뭐야?”
😖 “으악 냄새…”
😍 “근데… 맛있는데?”

그런 풍경까지 다 합쳐서
달랏 야시장은 저에게
두리안+사람 구경 = 완벽한 밤이었답니다.

 

달랏의-랑비앙-산

 

🌙 밤을 밝히는 비닐하우스, 달랏의 꽃이야기

 

달랏에서 내가 제일 잊지 못하는 장면 두 가지가 있어요.
그건 바로 밤을 밝히는 수천 개의 비닐하우스 불빛과 소나무 군락지예요.

 

마치 달랏의 밤이 별로 가득한 것처럼 보였죠.

하지만 그건 별이 아니라,

꽃을 피우지 않기 위해 켜놓은 불빛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꽃은 해가 짧아질수록
“아, 이제 피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한대요.
그래서 해가 짧아지는 걸 막기 위해
농부들은 밤에도 불을 켜요.

그 불빛은
“아직 낮이야, 아직 피지 마” 하고
꽃에게 속삭이는 거예요.

그렇게 달랏의 꽃들은
인간의 시간표에 맞춰,
시장 일정에 맞춰,
피어날 때를 늦춰요.

그 빛은 억지로 늦춰지는 생명들의 인내였어요.

조금은 슬펐고,
조금은 경이로웠고,
조금은 미안했어요.

그리고 동시에,
“세상의 아름다움은 참 복잡하구나” 하고
가만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건 베트남 남부 지역의 유일한 소나무 군락지예요.

우리나라 소나무와는 생김새가 약간 달랐어요.

소나무 잎이 우리나라 소나무 잎보다는 더 길고 부드러운 것 같고,

마치 시베리아 숲의 잣나무처럼

전체적으로 위로만 곧게 쭉쭉 뻗은 키다리 소나무였답니다. 

 

그렇게 달랏에서의 며칠은,
시원한 바람과 커피 향, 그리고 잊지 못할 두리안의 맛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여행이 끝나도 그 순간들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다시 피어나길 바라며 여기서 마무리 지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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